2014년 10월 19일 일요일

플랫폼 혁명은 가능한가?


플랫폼 혁명은 가능한가?

KBS파노라마에서, 플랫폼 혁명이라는 주제로 두 차례에 걸쳐 방송을 내보냈다. 역시나 알리바바의 뉴욕상장에 자극받아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방송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의 신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성공요인들을 이야기했다. 창의성,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뛰어난 리더쉽 등등. 뒤이어 우리나라에 왜 그런 플랫폼 기업들이 탄생하지 못 했는가에 대해 전문가 세 명이 나와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장인정신의 문화다. 삼성과 LG의 대결은 장인정신과 장신정신의 대결이다. 지금까지의 성장은 그러한 경쟁에 의해 가능했지만, 플랫폼 기업은 상호 협력과 개방에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기술개발에 실패한 비용의 일부만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이제는 더이상 장인정신 문화가 아니라 개방형으로 가야한다. 우리나라는 나라는 작지만 수출을 잘하는 대기업들이 많다. 스타트업들은 플랫폼 문화를 만들고 대기업은 이를 키워주는 방식을 한국형 플랫폼기업으로 정의한다면, 우리나라는 플랫폼기업이 탄생할 기회가 많은 나라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정말정말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해나가야하고 할 수 있다.

내가 파악한 방송의 요지는 위와 같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논의들이 과연 가능한 방향인가? 에 대해 고민했다. 대단히 회의적이다. 물론 나보다 훨씬 더 전문가들이겠지만, 감히 말하자면 그렇다.
방송에 나온 성공적인 플랫폼 목록을 보자.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이베이, 테슬라,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미국의 여섯 기업 / 중국의 BAT.

곰곰이 따져보자. 독일은? 일본은? 프랑스는? 몰라서 소개하지 않은 것인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단번에 떠오르는 기업은 없다. 독일과 일본이 지나치게 제조업과 장인정신의 나라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장인정신의 한국도 사고방식을 바꾸면 그럴듯한 플랫폼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것이 단순히 인구&총GDP와 관련된 것은 아닐까?

방송에서 플랫폼의 정의를 "다면적 속성을 지닌 메카니즘"이라고 했다. 방송에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만나게 해주는 장터 같은 시스템이다. 즉 플랫폼은 판을 깔아주는 개방형 공간이고, 구매자와 판매자, 광고 등 수많은 관계자들이 그 판에 들어와 플레이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커지려면? 거래의 규모가 커야한다. 그 횟수가 빈번해야한다. 즉, 인구가 많고 GDP가 클수록 그 나라의 플랫폼 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자연히 높아진다.

방송에서 말하는 한국형 플랫폼의 기회는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얼핏 생각하면 온라인 시대에서 국경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온라인이라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우리가 플랫폼 기업에서 누리는 서비스는 온라인 차원이 아니라 오프라인의 물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다. 플랫폼은 결국 내가 입고 쓰고 타고 바르고 하는 것들을 더 편리하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을 추구하더라도, 일단 시작은 내수경제에서 성공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성공확률을 훨씬 높여줄 걸로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여전히 공간적, 문화적, 제도적 차이를 이겨내기 힘들다. 공간적으로는 물류에 드는 비용과 시간, 문화적으로는 소비감성의 차이, 제도적으로는 법적인 규제와 세금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한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먼저 테스트해보고 글로벌화를 꿈꾸기에는, 5천만이라는 테스트 모집단은 너무 작다. 제도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공유경제의 대표 우버는 글로벌리 소송에 휩싸이고 있고, 애플페이와 아이튠즈는 한국에서 불가능하다. 기업의 이익이 세금과 직결되어 있는 한, 제도적인 문제도 글로벌화의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내수시장에서 먼저 판을 벌여보지 못 한 기업이 글로벌리 성공한다는 건 너무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삼성은 국내에서 욕을 많이 먹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훌륭한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현대차와 CJ와 포스코 등등 대기업과 그 이하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보단 낫다) 그러나 삼성은 소프트웨어적 마인드는 거의 없는 기업이다. 삼성이 모바일폰을 제일 많이 팔면서도 자체OS를 못 가지는 시점에, 기업정체성을 바꾸어 플랫폼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공허한 논의로 보인다.

내가 보는 미래는 다르다. 우리는 한국형 플랫폼의 거창한 성공을 꿈꾸기보다, 기초소재의 육성 (굳이 따지자면 장인정신의 강화)을 이제라도 더 강화해야할 때가 아닐까. 급속한 성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1) 사고방식 (경직된 제조업 마인드) 2) 기초소재 (시간을 들인 노가다 싸움) 라면, 1)보단 2)가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라인이 메시징 서비스를 넘어서 최소한 아시아에서 확실히 머니타이징이 되는 플랫폼이 된다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해보자.


번외로 얘기해보면,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수준은 우리나라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대표로 나가면 세계대회에 나가도 절대 꿀리지 않는다. WBC 4강, 올림픽 금메달 등 증명해줄 결과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10개팀이 뛰고 있는 프로야구 리그의 수준은 한심한 수준이다. 각팀마다 제대로 된 선발이 1-2명뿐이고, 야수들은 실책을 일삼는다. 투저타고 시즌은 타자들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수준있는 투수들을 도통 찾아볼 수 없는 리그 전반의 문제였다. 나라 전체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 몇명은 세계 탑 기량이나, 전반적인 수준은 한참 못 미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현대차 (+SKT ). 국가대표들은 분명 세계 탑급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 기업군들의 수준은, 혹은 그 환경은 열악할 따름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선진국이고, 문화나 철학 사고방식은 아직도 후진성을 벗지 못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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