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2일 수요일

잃어버릴 20년: 축적의 시간

『축적의 시간』은 26명의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관해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책으로도 재밌게 봤었는데, 최근에 뉴메이드인코리아 라는 KBS 다큐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 책 집필을 총괄한 이정동 교수가 다큐의 호스트로 직접 이끌어간다. (멋있게 생기셨다)

굳이 서평을 쓰고자 함이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느낌만 말하면,
책 자체는 같은 주제를 26명이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가지고 병렬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의 핵심을 보기에는 두시간짜리 다큐가 더 편했다. (물론 디테일은 책이 훨씬 풍부하다)

핵심은 이렇다.
우리나라는 개념 설계, 밑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지 않았고, 못 한다. 흔히 말하는 EPC에서 C만 하고 E를 안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밑그림 그리는 작업은 모두 선진국의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독점한다. 유럽과 미국에 있는 업체들은 역사가 100년이 넘었으며, 그 축적된 노하우를 발전시켜 가며 자신들의 독창적인 영역을 열었다. 때로는 그들이 글로벌 표준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어짜피 그들밖에 못 하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제발로 찾아오고, 높은 기술력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들이 그려준 설계도 그대로 만드는 일만 반복한다. 그 설계도가 내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이 축적되지 않는다.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정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건 잘한다. 그러나 조금만 바뀌어도 당황한다.

축적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선진국들은 오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수직적 축적(시간적 축적) 을 이루어왔다.
중국의 방식은 다르다. 중국은 이미 많이 늦었기 때문에 넓은 땅과 인구를 바탕으로 수평적 축적(공간적 축적)을 시도하고 있다.

책과 별개로, 다큐는 이정동 교수가 Publy팀 앞에서 강의하고 Q&A 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자기 손으로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한 아프리카의 캄쾀바 이야기. 그는 TED를 통해 유명인사가 되었고 책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이것이 어찌보면 서양이 바라보는 아프리카에 대한 시선일 수도 있다. 와 아무것도 없는데 대단하네!

그러나 이정동 교수의 물음은 이것이다. 그의 불굴의 의지는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만들어낸 물건이 왜 우주선이나 전기차나 아이폰이 아니고 고작 허접한 풍력 발전기인가? 주변에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는 고수들이 우글대며, 각자가 실패를 경험삼아 성장하고 협업하는 곳이다. 천재는 왜 선진국에서만 나오는가? 후진국-중진국의 기업가정신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다. 잘 살고자하는 멸망, 성공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후진국의 기업가들이 더 강하다. 인프라 부족, 축적의 부족이 문제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93eOLjr3NM

재밌는 멘트가 있다.
공장이 가면, 혁신이 따라간다.
리쇼어링은 물론 고용 때문도 있지만, 제조업에서 축적되는 혁신을 다시 본국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동의한다. 사실 고용과 혁신은 별개가 아니다. 기술이 사람에 체화되고, 구전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하우다.

뛰어난 아이디어 하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정동 교수는 no라고 말한다. 이걸 산업에 써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Scale-up 해야한다. 수년씩 걸리는 이 과정을 참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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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이 회사 내에 축적되는 과정을 보면 메가스터디의 몰락 과정이 떠오른다. 반대의 경우로서 말이다. 기술은 기술자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체화'된다. 많은 기술자들의 체화된 경험이 회사에 데이터베이스로 쌓인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고 대를 거쳐 구전되다보면, 회사는 어느 순간 과거와 다른 새로운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기술자들의 경험이 회사의 자산으로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가 기술자들에게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된다.

메가스터디는 반대의 과정으로 몰락했다. 창업자 손주은의 명성으로 학생과 강사를 모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온라인 강의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메가스터디가 성공할 수록, 학생들의 로열티는 회사가 아닌 강사 개인에게 돌아갔다. 어느 수준을 넘어선 강사는 회사를 상대로 네고 파워를 갖게 된다. 어느 순간 메가스터디는 적자를 볼만큼 돈을 주면서 스타 강사를 붙잡아 놓든지, 떠나보내든지 하는 최악의 선택지만 남겨놓게 된다. 스타강사들은 제2, 제3의 손주은이 되어 자신들의 학원을 차린다. 그렇게 메가스터디는 힘을 잃었다.



2. 책이나 다큐를 다 보고 나면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20년 전부터 이야기되던 Nut Cracker를 좀더 면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제조업을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자. 우리나라는 왜 20년동안 망하지 않았고, 다른 후진국들이 (중국 제외) 따라오지 못 했는가?

정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일조차 못 하는 국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1) 적당한 기술력과 2) 낮은 불량률 3) 납기준수 를 무기로 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고, 꽤 높은 이익률로 잘 살아남아있는 제조업체들이 많다.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밑그림을 그리는 일 뿐 아니라, 위에 밑그림대로 덧칠하는 것도 만만히 보면 안 된다는 것.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바뀌어야 하는 건 맞다. 예전부터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는 지금 Best Performance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해진 사회구조 속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게 이 책의 핵심 발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쉽게 말해 20년을 잃어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근간 기술이 축적되길 바란다면, 근간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근간 기술을 연구하고, 획득하고, Scale-up하는 동안 적절한 경제적 지원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근간 기술을 몇 년동안 묵히고 축적하는 과정은 외롭고 힘들고 고단하다. 더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면, 굳이 가고 싶지 않은 그런 길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기업들이 근간 기술이 없이도 "너무나" 잘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습득하고, 납기를 철저히 지키고, 때로는 스스로 적당한 기술적 진보를 이뤄가면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다. 외롭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상대적 박탈감으로 내몰고 더 외롭게 만든다.

(근간기술 없이는 잘 하지 못 하는 분야가 기계분야라고 생각된다. 기계는 신뢰성을 오랜 시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지름길이 없다. 물리의 영역이고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 지름길로 달려온 우리나라에서 기계 장인이 되기에는 너무 고독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계업체가 별로 없다. 특히 기계 설비, 부품업체가 없다.)


밑그림 위에 덧칠을 기가 막히게 해서 어떻게든 뛰어난 미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자가 있다면, 밑그림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지금 개념설계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는, 아주 어려운 얘기다. Legacy를 갑자기 버리라는 것이다. 동남아 베트남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덧칠 장인'을 다 감옥에 보낼 것인가? 그러면 20년을 잃어버리자는 얘기가 된다. 밑그림 장인을 키우고, 그 다음 착실히 다시 덧그림 장인을 키우자. 순차적으로 가자 머 그런 얘기를 해야한다. 불가능하다.


4. 내가 받아들이는 Radical한 방식의 재벌 해체는 덧칠 장인을 다 감옥에 보내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대기업들의 돈버는 방식이 깨끗하지 못 했다. 지금도 대기업의 기술약탈을 두려워하는 중소기업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사회적 문제로서의 재벌-중소기업 문제는 충분히 이해한다. 재벌들의 자성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돈 벌지 마라 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번돈으로 사회에 환원하라. 니네 마음대로 말고 정해진 방식으로. 이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좋은 해법은 아마도, 재벌들에게 삥을 뜯어서 밑그림 장인을 키우는 것이다. Funding Structure만 잘 짜놔도 지금보다는 개념설계가 훨씬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의 돈이라서 쉽게 얘기하는 거 맞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정도 사회적 요구는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5.우리나라의 R&D는 너무 단기적인 성과,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의식이다. 국가 연구과제인데 성공률이 90%란다. 다 되어있는 기술에 이름만 붙여서 R&D라고 한다. 교수들의 논문 개수를 본다던지, 언제까지 성과를 내고 결과물을 보이라던지 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렇게 됐을까? 일단 첫번째는 우리나라에 사기꾼이 너무 많다. 통계적으로 금융사범, 사기가 전세계 1,2위다. 아마 그냥 생각해보기로는 경제사적으로 고속성장하면서 남 등쳐먹으면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기도 하고, 사기꾼이나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일수도 있다. 민족적 특성? 그런건 잘 모르겠다.

 경제학의 제1원칙은, 수요공급에 앞서서 Budget Constraint다. 돈이 무한하지 않으니 잘 쓰란 얘기다. 우리나라는 돈을 잘 써야만 한다. 결과물이 따르지 않는 R&D를 기다려줄 여유가 아쉽게 도 없다.

R&D 한답시고 서류 한장 만들어서 돈 타먹고 배째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뭐라도 보여줄 수 있는 사람한테 경제적 지원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정말 슬프게도, 진정한 창의나 혁신은 결과를 요구하지 않을 때에 나온다. 그래서 딜레마다.


반면 돈이 무한해보이는 국가가 둘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에는 아무리 많은 사기꾼이 있어도, 몇명의 천재를 성공시키기 위해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 그 결과물이 BAT였을 것이고, BYD, 오포 비보, 화웨이, 샤오미 등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R&D 성공의 기댓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효율적인 구조라다고 생각된다. 돈을 준 사람이 결과물을 독촉하지 않아도 '기업가 정신'으로 굴러간다. 국가의 인센티브 구조가 R&D의 성공과 창의성 발현이라는 방식으로 제대로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에는 정말 큰 부를 이루는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많았다. 미국은 부자를 동경하고, 부자들 역시 기부 등으로 사회에 환원하여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현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자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미국과 다르다. R&D 성공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 구조가 잘 짜여져있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부자를 부러워할지는 몰라도, 동경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네놈이나 나나 똑같이 흙밥먹던 똑같은 사람인데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돈버는 과정이 깨끗하지 못 했다는 걸 다 같이 지켜보고 성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부자를 신뢰하고, 부자됨을 축하해주는 풍토가 아니다. 위엣놈을 끌어내려서 평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6. 정말 슬프게도, 성공적으로 '축적의 시간'을 가져왔던 기업의 예시로 나온 것이 LG화학 배터리 사업이다. 난 LG화학 배터리는 개념설계가 아니라 덧칠(모듈) 비지니스로 생각하고 있으며, 전기차 업체들에 종속되어 궁극적으로 돈을 못 버는 비지니스라고 생각한다. LG화학 배터리가 없으면 전기차업체들이 차를 만드는 게 불가능할까? 아니다. '조금더 싸게' 만들지 못 할 뿐이며, '조금더 싼' 전기차를 위해 LG화학은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아직도 Scale-up하는 과정일까?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LG가 돈을 벌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LG화학이 계속 돈을 못 벌 가격에 공급해야 만 전기차가 확산된다. 최초의 산업 ROIC를 잘못 구했기 때문에 지금은 매몰비용의 오류를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7. 다큐 중에 조선업이 나온다. "우리 조선업은 비싼 수업료를 치르는 과정에 있다" 난 그러나 저 코멘트에 반대한다. 우리나라 조선사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도 있지만, 밑그림을 보지도 않고 짓겠다고 덤벼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밑그림을 직접 그리는 능력이 있어야만 밑그림이 맞는지 틀린지 알아볼 수 있는건 아니다.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에서 Lesson Learned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논의가 분분하다. 이것은 다음 수업이 있기 전에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 있었기를 바란다. 살아남는다면.

해양플랜트의 발주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IOC (International Oil Company) 와 NOC (National Oil Company).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아니다. NOC가 없다.
NOC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각오하고 자국 업체들에게 발주를 줄 수 있다. 레퍼런스를 쌓을 기회를 갖는 것이다. 중국에는 NOC가 있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걱정하는 것이 중국과의 경쟁이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 큰 위험요소이다.

그러나 IOC들은 유전 하나 잘못되면 회사가 휘청하기 때문에 수십년간 안정성이 검증된 업체를 쓴다. 우리나라업체들이 수조원의 적자를 보긴 했지만 어쨌든 납품을 했고, 이는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8. 선진국이 괜히 선진국이 아니다. 앞에 나가있을 뿐 아니라,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후발주자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다.
'레퍼런스를 가져와라' = 경험 없으면 판에 끼워주지도 않겠다. 마치 신입 채용하는 데 경력사항 적는 우리나라 풍토랑 똑같다. 그것 자체가 진입 장벽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가장 거대한 사다리 걷어차기는 '윤리'다. 환경 윤리, 생명 윤리, 인권, 안전.

'지구에 사는 인류 공동체로서 환경을 보호해야지'. 석탄 쓰지 마라. 저감장치 달아라. 중국 때문에 환경이 실제로 나빠지는 것과 별개로, 개발도상국들의 비용을 높여서 개발을 더디게 하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영국은 무식하게 석탄을 때려박아가며 최초의 산업을 일궜다.

인권을 강조하며 인건비를 높인다. 노예를 쓰던 미국과, 아동노동 문제가 심각했던 유럽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생명 윤리. 인간의 난자를 쓰지 맙시다! 줄기 세포는 위험합니다! 전쟁 시기에 살아있는 인간을 마루타 삼아 의학기술을 축적한 전범국가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의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진보하기 때문에, 과거에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지금도 발생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윤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 경제논리를 따지기 궁색해진다. 그만큼 경제적 격차를 확대하기 좋은 무기이다.


9. 이것을 싸그리 무시하고 마음대로 한 게 아이러니하게도 공자의 나라 중국이다.
중국의 목숨값은 싸다. 자신들의 기술로 철도와 기차를 짓고, 사고로 사람 수십 수백명이 사망하는 과정을 겪어가며 철도 기술을 축적했다. 그들은 지금 세계수준의 고속철을 만든다.
환경문제를 다 무시하고 굴뚝산업들을 지배해버렸다. 이제야 조금씩 신경쓰지만, 이미 제조업을 재패해버린 상황이다.
생명 윤리 역시 미흡하다. 중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윤리와 도덕률의 잣대를 치워버리고, 중국은 자본주의적 성장에 집중했고 성공하고 있다. 물론 중국 역시 여기서 더 나아가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윤리의 세계에 들어와야 한다. 이제는 같은 게임의 룰로 임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 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10. 중국이 접근하는 축적의 방식은 공간적, 수평적 축적이다. 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이런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밝게 보며, 중국이 단기,중기적으로는 대만과 같은 반도체 산업을 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평적 축적이 가능하려면 1) 기술의 발전이 빠르지 않아야 하고  2) 기술들 간의 연속성이 적어야 한다.
100층짜리 건물 100개를 동시에 100가지 방식으로 지어보면 가장 적합한 방식 한 두가지를 찾을 수 있다. 다음에 100층짜리 건물을 쌓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다.
그러나 반도체는 이런 게임이 아니다. 말하자면 한번에 150층, 200층을 쌓는 게임이 아니라, 100층짜리 건물 위에 2년마다 50층씩 쌓아나가는 게임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30나노를 해보지도 않고 25나노 20나노를 할 수는 없다. 24단을 연구하지 않고 48단 64단을 할 수는 없다. 상용화된 기술로 내놓지 않더라도 최소한 연구실에서는 연속적인 기술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그 단계단계에서의 Breakthrough가 필요한데, 반도체 개발은 은근 아날로그적인 부분이 많아서, Trial & Error 방식으로 최적값을 찾는 경우가 많다. 왜 삼성이 잘할까?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공대생들이 매일 날밤을 까며 Trial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모리 업체 Micron은 몇년 전부터 생산을 예상만큼 원활히 하지 못 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FAB(공장)이 여러 국가에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공장에서의 기술적 해법이 대만과 일본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 반도체 업계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한다.
같은 공장 1층에서 되던 게 2층에서 안 된다고.
그만큼 미세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공간적 축적, 수평적 축적은 쉽지 않다. 조건이 다르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수직적 축적의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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