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정말로 올라갈까? 믿기 힘들고, 올라간다해도 3%는 너무 높아보인다.
먼저 자백하자면, 아이디어 정리 차원의 블로깅이기 때문에 back data 숫자 제시는 미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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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시장 참여자들의 가장 큰 딜레마는 '다른 건 다 좋은데 물가가 올라오지 않는 것'
연준의 금리 정책은 물가와 가장 크게 연동되기 때문에 이는 곧 정책금리, 장기금리, 시장의 할인율 등 매우 중요한 요소들과 연결되어 있다.
실업률이 아무리 내려가도, 제조업 지표가 좋아져도 (ISM 뿐 아니라 하드데이터인 가동률마저 올라오는 상황) 물가만큼은 올라오지 않는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없다면, 물가는 Cost-Push 관점에서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물가를 올릴 수 있는 두 가지 축은 임금과 원자재로 보인다.
2. 경제를 보는 사람이 물가상승에 이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제품가가 올라가서 기업들의 이윤추구 행위가 활발해지는 와중에 임금(소비력)이 오름으로써 이를 감내하는 경기 선순환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튀어서 물가는 오르는데 소비력이 감당하지 못 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길 바라면서 물가를 언급하는 사람은 없다.
3. 그렇다면 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이 역시 큰 축에서는 노동생산성과 고용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임금의 결정 체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 논의가 확장되면 최저임금의 필요성과 수준까지 나아가게 된다)
고용시장의 수급 = 노사의 협상력에 의해 임금이 결정된다면, 현재 미국의 고용지표는 (과거 기준으로 봤을 때에는) 의구심이 생기는 상황이다. 실업률은 4.3%은 이미 NAIRU(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로 추정되는 레벨 (4%중반)을 하회하고 있는데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만족스럽지 못 하다. 그래서 연준은 꾸준히 NAIRU를 낮추고 있다. 자신들이 믿는 경제적 상식이 깨져나가자, 이론이나 데이터를 부정할 순 없고 통계기준을 부정하고 있다.
한 편으로는 데이터를 부정하는 방식도 있다. 실업률을 U-3기준이 아닌 U-6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U-3에 구직포기자를 더한게 U-5, 이에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part-time하는 노동자를 더한게 U-6) U-6기준으로는 실업률이 더 Historical Low 수준은 아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경제적 신념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까지 보는 이유는 결국 고용이 더 일어나면 임금이 올라가고, 궁극적으로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믿음이 깨지지 않으려면 구인난에 있는 일본의 임금이 올라줘야 한다. 일본 기업들의 보수적인 성향과 임금의 경직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아베노믹스가 성공조짐을 보인지 3년차 쯤 되었으면 임금 인상의 실마리가 보여야 한다. (찾아보니 Buy My Abenomics가 '13년9월)
'15년 중순부터 초대기업 중심으로는 임금 인상이 시작되었고, 최저임금도 꾸준히 2-3%씩 올리고 있다.
자세한 데이터는 좀더 찾아봐야겠지만, 아직 구경제의 희망을 버리기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그 폭은 여전히 매우 미미할 것이다.
4.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보자.
노동생산성은 너무나도 학문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지식 수준에서는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 어렵다.
F=(K,L) 즉, 생산을 자본과 노동 투입의 함수로 본다면
노동생산성을 노동투입량(인원*시간) 대비 제품 산출량 (가격 고려X)
전자의 경우 기술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는 크게 올라갈 일이 없다. 이를 테면 '90년대중반 이후 나타난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는, 인간의 본질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IT의 도입으로 노동자가 사용하는 기계가 엄청나게 효율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F=(K,L)에서 L의 몫이 아니라 K의 몫으로 노동의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임금총액 대비 제품판매가 총액(가격 고려 O)
가격을 고려하는 경우 제품 가격에 의해 노동생산성이 왜곡될 수 있다. 또한 임금이 오르면 역으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고가 있어서 이 역시 의미있는 결과값을 얻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동생산성 증가가 임금 증가에 선행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임금이 올라야할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기술혁신에 따라 노동생산성이 올라가는 경우에는, 자본가 입장에서 설비를 더 사는 것이 합리적이고, 노동생산성은 올라갈지 모르지만 고용은 줄어들 수 있다.
5. 결과적으로 임금이 올라야 물가가 오른다고 가정하고, 임금이 왜 올라야 할까를 고민해보면 큰 명분이 없다. 오히려 정치적인 이유, 노조 단결에 따른 협상력의 이유에 의해서라면 모를까. 그래서 나는 임금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면서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이 Tightening을 정당화하려는 모든 시도가 연극처럼 느껴진다. New Normal이 결국 맞고, 구경제와 같은 물가 인상 - 금리 인상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6. 그런 관점에서 Core Inflation을 보는 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뉴노멀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은 오직 원자재에 의해 발생한다는 생각.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것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테면 기술진보에 의한 생산성은 노동력(임금)을 대체할 수 있고, 기계의 혁신과 발명으로 생산성의 증가 = 인플레이션의 억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위대해도 지구에 존재하는 유한한 원소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이것조차 자본가의 이윤 극대화 과정에서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일어날 것이다.
6. 경제학에서 물가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디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모든 심리를 망가뜨린다는 데에 있다. 가격이 더 빠질 것 같으면 소비를 늦추고 생산이 위축된다. 인플레 믿음이 없는 경제는 존속하기 힘들다. 보이지는 않지만, 있다고 믿어야 하는 절대적 존재라는 점에서 물가는 신이다.
7. 물가가 너무 안 올라오니까, 이제는 물가지표가 과연 맞는 것인가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가는 철저히 통계적 관점에서 수치를 작성하는데, 통계는 과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괴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삶의 질, 제품의 미묘한 변화, 기능의 추가, S/W적인 부분을 담아내지 못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 아무리 최신 통계라도 너무 옛날 것이 되어버리는 상황에, 물가 바스켓이 몇년 전 것이 아닌지, 이게 제대로 현실 반영을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하고 있다.
미국이 '13년에 GDP추계 방식에 무형자산을 추가했던 것처럼, 그리고 과거에도 물가나 GDP 산출 방식을 바꾸면서 과거 통계들을 다 바꿨던 것처럼 조만간 새로운 통계방식을 적용하려 하지 않을까 (물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2017년 8월 15일 화요일
2017년 8월 10일 목요일
숫자는 현실
어떤 정책에 대해서 돈 얘기를 하는 것이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어서라거나
자본주의 노예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현실이 돌아가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숫자를 들이밀면
'나라가 살기 좋게 바뀌는데 그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 고
무턱대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숫자를 뜯어보고 숫자로 반박해야 할 것이다.
얼마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물으면
아니다 얼마가 필요하다. 어떻게 조달할 것이다 라는 얘기가 나와야 한다.
반박하는 측에서 숫자를 들이미는데
얼굴을 들이미는 대응은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연설'할 것이 아니라
TV나 SNS에 안 보여도 좋으니 숫자로 설득해야 한다. 좀더 공부해야 한다.
정책 폭탄을 쏟아내서 사람들이 진절머리 나게 할 것이 아니라
개별 정책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이 정부는 확실히 과속하고 있다.
'이전 정부들이 모르고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다' 라고 한번쯤 생각해봐야하는데
'이전 정부는 적폐여서 할 수 있는데 안 했을거야' 라고 추측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는 소통은 과잉 소통이다.
촛불이 들고 일어나 박근혜를 탄핵시켰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고대 아테네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비상식을 몰아내는 역할을 넘어서, 찬반이 있는 의제에 편가르기를 해선 안 된다.
입법부인 국회의원들과 행정부가 '찬반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책결정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지지자들만의 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정부정책들은 주식시장 참여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테마를 좋아하는 주식시장에서 이번 정부의 수혜주를 거의 찾지 못 한 것은 (풍력 테마 정도?)
상장된 2천여개의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군이기 때문이다.
이 정부 기준으로는 모두 기득권이다.
이번 정부에서 기득권은 많은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받고 있다.
대기업 모임에 오뚜기를 정치적인 의도로 포함시켰지만, 오뚜기 역시 기득권이다.
이 정부는 임금과 세금 측면에서 Cost만 얘기하는 정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득될 것이 없는 데다, 100일도 안 되는 시점에 모든 것을 뒤바꿔버림으로서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낮추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글로벌 활황, 오랜만에 상승한 코스피에 찬물을 이미 어느 정도 끼얹었고, 이대로 가면 얼음물을 들이붓는 수준이 될 것이다.
선진국이 통화정책, 재정정책, 세금우대 등으로 헤롱거리는 선수에게 영양제를 꽂아주는 시대에, 왜 우리나라만 이런 체력 테스트를 해야 할까.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명확한 답이 잘 안 보인다.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어서라거나
자본주의 노예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현실이 돌아가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숫자를 들이밀면
'나라가 살기 좋게 바뀌는데 그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 고
무턱대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숫자를 뜯어보고 숫자로 반박해야 할 것이다.
얼마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물으면
아니다 얼마가 필요하다. 어떻게 조달할 것이다 라는 얘기가 나와야 한다.
반박하는 측에서 숫자를 들이미는데
얼굴을 들이미는 대응은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연설'할 것이 아니라
TV나 SNS에 안 보여도 좋으니 숫자로 설득해야 한다. 좀더 공부해야 한다.
정책 폭탄을 쏟아내서 사람들이 진절머리 나게 할 것이 아니라
개별 정책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이 정부는 확실히 과속하고 있다.
'이전 정부들이 모르고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다' 라고 한번쯤 생각해봐야하는데
'이전 정부는 적폐여서 할 수 있는데 안 했을거야' 라고 추측하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는 소통은 과잉 소통이다.
촛불이 들고 일어나 박근혜를 탄핵시켰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고대 아테네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비상식을 몰아내는 역할을 넘어서, 찬반이 있는 의제에 편가르기를 해선 안 된다.
입법부인 국회의원들과 행정부가 '찬반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책결정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지지자들만의 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정부정책들은 주식시장 참여자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테마를 좋아하는 주식시장에서 이번 정부의 수혜주를 거의 찾지 못 한 것은 (풍력 테마 정도?)
상장된 2천여개의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군이기 때문이다.
이 정부 기준으로는 모두 기득권이다.
이번 정부에서 기득권은 많은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받고 있다.
대기업 모임에 오뚜기를 정치적인 의도로 포함시켰지만, 오뚜기 역시 기득권이다.
이 정부는 임금과 세금 측면에서 Cost만 얘기하는 정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득될 것이 없는 데다, 100일도 안 되는 시점에 모든 것을 뒤바꿔버림으로서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낮추었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글로벌 활황, 오랜만에 상승한 코스피에 찬물을 이미 어느 정도 끼얹었고, 이대로 가면 얼음물을 들이붓는 수준이 될 것이다.
선진국이 통화정책, 재정정책, 세금우대 등으로 헤롱거리는 선수에게 영양제를 꽂아주는 시대에, 왜 우리나라만 이런 체력 테스트를 해야 할까.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명확한 답이 잘 안 보인다.
2017년 8월 9일 수요일
모든 게 다 잘 될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상식 대 비상식의 프레임에서 탄생한 정부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로 시작했고, 후보 시절 키워드도 '나라다운 나라'였다.
그리고 비상식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자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대통령의 권한을 민간인1인에게 위임한 박근혜씨의 행태는 좌우를 막론하고 모두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비상식적이었고, 박근혜씨를 지지하는 15-20% 국민과 정당을 '적폐'로 규정하는 데에 대부분의 국민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많은 토론으로 인해 정책 선거를 치룬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문재인 후보는 큰 키워드만 제시하고 나머지 디테일은 허허실실로 일관하는 전략을 펼쳤다. 어짜피 권력을 이양받을 준비가 된 정당은 민주당 밖에 없었다. 문재인은 적을 만들지 않으며 표를 잃지 않으려 했다. 증세를 말하지 않았고, THAAD에 '외교적 모호성'으로 일관했다.
안철수는 너무나 어리숙해보였고, 유승민은 학자 같았으며, 홍준표는 적폐를 끌어안으며 2위를 굳히는 전략으로 출마했다.
그리고 그가 허허실실하며 보여주지 않았던 카드들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정권이 말하는 '나라다운' 게 어떤 건지 3개월만에 폭풍같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당선 전부터 대책 없는 이상주의자라는 생각은 했지만, 당선 후에도 디테일한 대책 없이 정책 발표를 할 줄은 몰랐다. 동전의 양면 중에 한 면만 이야기 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얘기 없는) 탈원전.
(증세 없는) 복지. 를 이야기하다가 결국 '명예과세'라는 해괴한 키워딩으로 증세를 공식화.
(고용환경과 근로의욕, 생산성을 이야기하지 않는)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공급 대책 없는) 8.2 부동산 대책.
(수가에 대한 큰 고민 없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완전히 망쳐버린 THAAD 번복 및 외교정책.
( ) 친 부분은 시장경제의 상식이고, 문재인 정부가 말하지 않는 부분이다.
뒤에 부분은 말하기는 쉽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이고, 포퓰리즘이다. 선진국은 이렇다더라 하는 고민없는 방향 제시이다.
정확히는 5년 뒤로 미뤄놓았다.
5년간 전기료 인상 없다. 5년간 건강보험 인상률 3% 유지. 5년만 존재할 정부긴 하다.
하나 하나가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야 할 큰 담론들인데, 이 정부는 디테일도 없이 일단 던지고 본다. 일단 던지고 공론화 하자고 한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나서 의사결정을 정부가 해야 올바른 순서다.
의사결정을 먼저 해놓은 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공론화라는 명목으로 정당화시키는 건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박근혜의 진정한 잘못은 문재인 정부에게 '기저 효과'를 제공한 데에 있어 보인다.
뭘 해도 박근혜보다 낫다고 해서, 모든 걸 잘하고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경제적, 외교적 상식 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는 '상식을 지켜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생했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좌우의 프레임으로 옮겨가고 있다.
왼쪽의 말을 들어 정책을 짜고, 오른쪽을 적폐로 규정하고 징벌한다.
(탈원전과 최저임금, 부동산대책이 어디서 나왔지 올라가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처럼 기득권, 적폐의 범위가 좁지 않다는 것이다.
'친박' 적폐 세력은 상식선에서 볼 때 이상했다.
그러나 상식 vs 비상식에서는 상식의 편에 섰던 수많은 합리주의, 중도 세력이
지금은 기득권, 적폐의 범위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 징벌 당하고 있는 국민들은 과연 기득권이고 적폐인가?
(안철수가 '극중주의'라는 말도 안 되는 키워드를 꺼내든 것은, 자칭 중도, 합리주의자들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배척하는 정부의 스탠스를 읽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 점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보인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부부합산 소득 7천만원 이상은 서민이 아니다.
집을 사려는 평범한 30대 부부는 질문을 던진다.
부동산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왜 그래야 하지? 내가 '사서' '사는 곳'이면 안 되는 건가? 왜 임대로 살아야 하는가. 나도 기득권이었나?
좋은 집에 살고 싶은데 내 욕망이 잘못 된건가?
내년이면 평범한 직장인들도 피부로 와닿을 것이다. 뭐가 이렇게 많이 빠져 나가지?
나는 최저임금보다 그렇게 많이 받는 것 같지도 않네.
여기서 건보료를 더 내라니? 나는 병원 한 번 가지 않는데.
면세 대상자가 임금 근로자의 48%에 달하는데, 왜 내는 사람만 더 내는가?
전기를 왜 열심히 아끼고 살아야하는가? 왜 싸게 쓸 수 있는 전기를 굳이 비싸게 써야하는가? 왜 전기로를 돌리면 안 되고, 왜 싼 전기료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가지면 안 되는가?
의사를 차라리 공무원으로 뽑던지, 이게 무슨 의료제도지?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5년 뒤면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왜 이렇게 됐지?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로 시작했고, 후보 시절 키워드도 '나라다운 나라'였다.
그리고 비상식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자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대통령의 권한을 민간인1인에게 위임한 박근혜씨의 행태는 좌우를 막론하고 모두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비상식적이었고, 박근혜씨를 지지하는 15-20% 국민과 정당을 '적폐'로 규정하는 데에 대부분의 국민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많은 토론으로 인해 정책 선거를 치룬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문재인 후보는 큰 키워드만 제시하고 나머지 디테일은 허허실실로 일관하는 전략을 펼쳤다. 어짜피 권력을 이양받을 준비가 된 정당은 민주당 밖에 없었다. 문재인은 적을 만들지 않으며 표를 잃지 않으려 했다. 증세를 말하지 않았고, THAAD에 '외교적 모호성'으로 일관했다.
안철수는 너무나 어리숙해보였고, 유승민은 학자 같았으며, 홍준표는 적폐를 끌어안으며 2위를 굳히는 전략으로 출마했다.
그리고 그가 허허실실하며 보여주지 않았던 카드들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정권이 말하는 '나라다운' 게 어떤 건지 3개월만에 폭풍같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당선 전부터 대책 없는 이상주의자라는 생각은 했지만, 당선 후에도 디테일한 대책 없이 정책 발표를 할 줄은 몰랐다. 동전의 양면 중에 한 면만 이야기 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 얘기 없는) 탈원전.
(증세 없는) 복지. 를 이야기하다가 결국 '명예과세'라는 해괴한 키워딩으로 증세를 공식화.
(고용환경과 근로의욕, 생산성을 이야기하지 않는)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공급 대책 없는) 8.2 부동산 대책.
(수가에 대한 큰 고민 없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완전히 망쳐버린 THAAD 번복 및 외교정책.
( ) 친 부분은 시장경제의 상식이고, 문재인 정부가 말하지 않는 부분이다.
뒤에 부분은 말하기는 쉽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이고, 포퓰리즘이다. 선진국은 이렇다더라 하는 고민없는 방향 제시이다.
정확히는 5년 뒤로 미뤄놓았다.
5년간 전기료 인상 없다. 5년간 건강보험 인상률 3% 유지. 5년만 존재할 정부긴 하다.
하나 하나가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야 할 큰 담론들인데, 이 정부는 디테일도 없이 일단 던지고 본다. 일단 던지고 공론화 하자고 한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나서 의사결정을 정부가 해야 올바른 순서다.
의사결정을 먼저 해놓은 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공론화라는 명목으로 정당화시키는 건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박근혜의 진정한 잘못은 문재인 정부에게 '기저 효과'를 제공한 데에 있어 보인다.
뭘 해도 박근혜보다 낫다고 해서, 모든 걸 잘하고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경제적, 외교적 상식 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는 '상식을 지켜달라'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탄생했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좌우의 프레임으로 옮겨가고 있다.
왼쪽의 말을 들어 정책을 짜고, 오른쪽을 적폐로 규정하고 징벌한다.
(탈원전과 최저임금, 부동산대책이 어디서 나왔지 올라가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처럼 기득권, 적폐의 범위가 좁지 않다는 것이다.
'친박' 적폐 세력은 상식선에서 볼 때 이상했다.
그러나 상식 vs 비상식에서는 상식의 편에 섰던 수많은 합리주의, 중도 세력이
지금은 기득권, 적폐의 범위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 징벌 당하고 있는 국민들은 과연 기득권이고 적폐인가?
(안철수가 '극중주의'라는 말도 안 되는 키워드를 꺼내든 것은, 자칭 중도, 합리주의자들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배척하는 정부의 스탠스를 읽어낸 것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 점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보인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부부합산 소득 7천만원 이상은 서민이 아니다.
집을 사려는 평범한 30대 부부는 질문을 던진다.
부동산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왜 그래야 하지? 내가 '사서' '사는 곳'이면 안 되는 건가? 왜 임대로 살아야 하는가. 나도 기득권이었나?
좋은 집에 살고 싶은데 내 욕망이 잘못 된건가?
내년이면 평범한 직장인들도 피부로 와닿을 것이다. 뭐가 이렇게 많이 빠져 나가지?
나는 최저임금보다 그렇게 많이 받는 것 같지도 않네.
여기서 건보료를 더 내라니? 나는 병원 한 번 가지 않는데.
면세 대상자가 임금 근로자의 48%에 달하는데, 왜 내는 사람만 더 내는가?
전기를 왜 열심히 아끼고 살아야하는가? 왜 싸게 쓸 수 있는 전기를 굳이 비싸게 써야하는가? 왜 전기로를 돌리면 안 되고, 왜 싼 전기료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가지면 안 되는가?
의사를 차라리 공무원으로 뽑던지, 이게 무슨 의료제도지?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5년 뒤면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왜 이렇게 됐지?
2017년 5월 7일 일요일
아이유. 버핏.
1. 아이유의 이번 앨범이 부쩍 성숙하고 야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장기하랑 1월에 헤어졌구나.
블랙아웃은 말그대로 술먹고 이성의 끈을 놓고 놀고 싶다는 가사
잼잼은 엔조이..를 연상시키는듯한..사실 엄청 야한 19금 가사라고 생각. 관계에 의미 부여하지 말고, 생각할 겨를도 주지 말고 놀자는...
그리고 사랑이 잘 과 마침표 에서 권태기와 이별을 노래한다.
이런 위험(?)한 가사와 내용을 상큼하게,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담아냈다는 건 아이유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멜론에서 아이유의 신보 몇 곡이 '권리사'의 요청으로 재생이 불가능하다
멜론은 곧 로엔이고, 로엔은 과거에도 현재도 아이유의 소속사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생불가능을 요청한 권리사는 어디인가..
2. HBO에서 방영했던 Becoming Warren Buffett에 한글자막버젼이 유투브에 올라와있길래 보았다.
경제적 해자, 시즈캔디, 코카콜라, 멍거와의 만남.. 그의 투자에 관해 최소한 피상적 수준에서는 많이 접했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내가 처음 접한 것은 그의 가족에 관한 사실들이었다. 아주 보수적인 유력가 아버지와 엄한 어머니.
그것보다 훨씬 관심있게 본 것은 수지 버핏에 관한 것이었다.
워렌 버핏은 예상대로(?), 여자친구를 사귀는 일에 능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보다 어린 수지를 소개받고 나서는 그녀로 인해 인생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일어난다.
워렌 버핏이 숫자와 일에만 몰두하고 주변의 다른 것들을 챙기지 않을 때, 수지가 그것들을 직접 챙기며 워렌을 보필한다.
더 놀랍게도, 수지와 워렌의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현모양처 같은 이야기로 종료되지 않는다. 수지는 자신의 역할 (버핏의 정신적 지주 역할과 양육)이 어느 정도 완료되었다고 생각하자, 오마하를 떠난다. 1977년부터 별거했다고 하니 무려 40년 전이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의 활동들을 하며 삶을 찾는다.
수지는 계속해서 워렌에게 사회적 환원을 하라고 이야기했으나, 버핏은 복리의 마법을 이야기하며 그 일을 뒤로 미룬다. 사실 세계 최고의 투자가라는 걸 고려하면, 환원을 미룰수록 더 큰 금액을 기부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부의 시점에 있어서는 워렌이 옳았다. 그러나 같은 정보를 접하면서도 남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게임'으로 투자를 인식한 워렌이 사회환원을 하게 된 것은 수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자신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거라며 아스트리드로 하여금 워렌을 돕게 한 수지. 정말 그를 많이 사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77년에 오마하를 떠난 것을 보면 자존감도 높았던 훌륭한 여성이다.
내가 워렌과 수지의 이야기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는, 업무적 탁월성과 행복한 가정생활은 사실 그렇게 잘 맞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Time Consuming이 필수적일 뿐 아니라, 감정적인 노력도 매우 필요하다.
그리고 별개로 업무적 탁월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사람들은 Nerd라고 할만한 요소들이 하나씩 존재한다. 너드는 그 정의상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그래서 그 탁월한 사람들이 행복한 가정까지 꾸리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부럽다.
탁월성에 반해 다른건 다 감내할 각오가 되어있는 이성을 만나 행복하게 살거나, 혹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이성을 만나 그 Nerdy함을 좀 덜어버리는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거나, 둘다이거나.
적당한 업무능력과 적당한 가정생활을 추구할 것인가.
업무적 탁월성과, 이에 맞는 이성을 만날 운빨을 기대할 것인가.
블랙아웃은 말그대로 술먹고 이성의 끈을 놓고 놀고 싶다는 가사
잼잼은 엔조이..를 연상시키는듯한..사실 엄청 야한 19금 가사라고 생각. 관계에 의미 부여하지 말고, 생각할 겨를도 주지 말고 놀자는...
그리고 사랑이 잘 과 마침표 에서 권태기와 이별을 노래한다.
이런 위험(?)한 가사와 내용을 상큼하게, 높은 음악적 완성도로 담아냈다는 건 아이유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멜론에서 아이유의 신보 몇 곡이 '권리사'의 요청으로 재생이 불가능하다
멜론은 곧 로엔이고, 로엔은 과거에도 현재도 아이유의 소속사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생불가능을 요청한 권리사는 어디인가..
2. HBO에서 방영했던 Becoming Warren Buffett에 한글자막버젼이 유투브에 올라와있길래 보았다.
경제적 해자, 시즈캔디, 코카콜라, 멍거와의 만남.. 그의 투자에 관해 최소한 피상적 수준에서는 많이 접했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내가 처음 접한 것은 그의 가족에 관한 사실들이었다. 아주 보수적인 유력가 아버지와 엄한 어머니.
그것보다 훨씬 관심있게 본 것은 수지 버핏에 관한 것이었다.
워렌 버핏은 예상대로(?), 여자친구를 사귀는 일에 능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보다 어린 수지를 소개받고 나서는 그녀로 인해 인생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일어난다.
워렌 버핏이 숫자와 일에만 몰두하고 주변의 다른 것들을 챙기지 않을 때, 수지가 그것들을 직접 챙기며 워렌을 보필한다.
더 놀랍게도, 수지와 워렌의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현모양처 같은 이야기로 종료되지 않는다. 수지는 자신의 역할 (버핏의 정신적 지주 역할과 양육)이 어느 정도 완료되었다고 생각하자, 오마하를 떠난다. 1977년부터 별거했다고 하니 무려 40년 전이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의 활동들을 하며 삶을 찾는다.
수지는 계속해서 워렌에게 사회적 환원을 하라고 이야기했으나, 버핏은 복리의 마법을 이야기하며 그 일을 뒤로 미룬다. 사실 세계 최고의 투자가라는 걸 고려하면, 환원을 미룰수록 더 큰 금액을 기부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부의 시점에 있어서는 워렌이 옳았다. 그러나 같은 정보를 접하면서도 남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게임'으로 투자를 인식한 워렌이 사회환원을 하게 된 것은 수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자신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거라며 아스트리드로 하여금 워렌을 돕게 한 수지. 정말 그를 많이 사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77년에 오마하를 떠난 것을 보면 자존감도 높았던 훌륭한 여성이다.
내가 워렌과 수지의 이야기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는, 업무적 탁월성과 행복한 가정생활은 사실 그렇게 잘 맞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Time Consuming이 필수적일 뿐 아니라, 감정적인 노력도 매우 필요하다.
그리고 별개로 업무적 탁월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사람들은 Nerd라고 할만한 요소들이 하나씩 존재한다. 너드는 그 정의상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
그래서 그 탁월한 사람들이 행복한 가정까지 꾸리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고 부럽다.
탁월성에 반해 다른건 다 감내할 각오가 되어있는 이성을 만나 행복하게 살거나, 혹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이성을 만나 그 Nerdy함을 좀 덜어버리는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거나, 둘다이거나.
적당한 업무능력과 적당한 가정생활을 추구할 것인가.
업무적 탁월성과, 이에 맞는 이성을 만날 운빨을 기대할 것인가.
2017년 4월 12일 수요일
잃어버릴 20년: 축적의 시간
『축적의 시간』은 26명의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관해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책으로도 재밌게 봤었는데, 최근에 뉴메이드인코리아 라는 KBS 다큐 2부작으로 제작되었다. 책 집필을 총괄한 이정동 교수가 다큐의 호스트로 직접 이끌어간다. (멋있게 생기셨다)
굳이 서평을 쓰고자 함이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느낌만 말하면,
책 자체는 같은 주제를 26명이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가지고 병렬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의 핵심을 보기에는 두시간짜리 다큐가 더 편했다. (물론 디테일은 책이 훨씬 풍부하다)
핵심은 이렇다.
우리나라는 개념 설계, 밑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지 않았고, 못 한다. 흔히 말하는 EPC에서 C만 하고 E를 안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밑그림 그리는 작업은 모두 선진국의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독점한다. 유럽과 미국에 있는 업체들은 역사가 100년이 넘었으며, 그 축적된 노하우를 발전시켜 가며 자신들의 독창적인 영역을 열었다. 때로는 그들이 글로벌 표준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어짜피 그들밖에 못 하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제발로 찾아오고, 높은 기술력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들이 그려준 설계도 그대로 만드는 일만 반복한다. 그 설계도가 내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이 축적되지 않는다.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정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건 잘한다. 그러나 조금만 바뀌어도 당황한다.
축적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선진국들은 오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수직적 축적(시간적 축적) 을 이루어왔다.
중국의 방식은 다르다. 중국은 이미 많이 늦었기 때문에 넓은 땅과 인구를 바탕으로 수평적 축적(공간적 축적)을 시도하고 있다.
책과 별개로, 다큐는 이정동 교수가 Publy팀 앞에서 강의하고 Q&A 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자기 손으로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한 아프리카의 캄쾀바 이야기. 그는 TED를 통해 유명인사가 되었고 책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이것이 어찌보면 서양이 바라보는 아프리카에 대한 시선일 수도 있다. 와 아무것도 없는데 대단하네!
그러나 이정동 교수의 물음은 이것이다. 그의 불굴의 의지는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만들어낸 물건이 왜 우주선이나 전기차나 아이폰이 아니고 고작 허접한 풍력 발전기인가? 주변에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는 고수들이 우글대며, 각자가 실패를 경험삼아 성장하고 협업하는 곳이다. 천재는 왜 선진국에서만 나오는가? 후진국-중진국의 기업가정신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다. 잘 살고자하는 멸망, 성공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후진국의 기업가들이 더 강하다. 인프라 부족, 축적의 부족이 문제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93eOLjr3NM
재밌는 멘트가 있다.
공장이 가면, 혁신이 따라간다.
리쇼어링은 물론 고용 때문도 있지만, 제조업에서 축적되는 혁신을 다시 본국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동의한다. 사실 고용과 혁신은 별개가 아니다. 기술이 사람에 체화되고, 구전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하우다.
뛰어난 아이디어 하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정동 교수는 no라고 말한다. 이걸 산업에 써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Scale-up 해야한다. 수년씩 걸리는 이 과정을 참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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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이 회사 내에 축적되는 과정을 보면 메가스터디의 몰락 과정이 떠오른다. 반대의 경우로서 말이다. 기술은 기술자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체화'된다. 많은 기술자들의 체화된 경험이 회사에 데이터베이스로 쌓인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고 대를 거쳐 구전되다보면, 회사는 어느 순간 과거와 다른 새로운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기술자들의 경험이 회사의 자산으로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가 기술자들에게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된다.
메가스터디는 반대의 과정으로 몰락했다. 창업자 손주은의 명성으로 학생과 강사를 모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온라인 강의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메가스터디가 성공할 수록, 학생들의 로열티는 회사가 아닌 강사 개인에게 돌아갔다. 어느 수준을 넘어선 강사는 회사를 상대로 네고 파워를 갖게 된다. 어느 순간 메가스터디는 적자를 볼만큼 돈을 주면서 스타 강사를 붙잡아 놓든지, 떠나보내든지 하는 최악의 선택지만 남겨놓게 된다. 스타강사들은 제2, 제3의 손주은이 되어 자신들의 학원을 차린다. 그렇게 메가스터디는 힘을 잃었다.
2. 책이나 다큐를 다 보고 나면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20년 전부터 이야기되던 Nut Cracker를 좀더 면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제조업을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자. 우리나라는 왜 20년동안 망하지 않았고, 다른 후진국들이 (중국 제외) 따라오지 못 했는가?
정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일조차 못 하는 국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1) 적당한 기술력과 2) 낮은 불량률 3) 납기준수 를 무기로 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고, 꽤 높은 이익률로 잘 살아남아있는 제조업체들이 많다.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밑그림을 그리는 일 뿐 아니라, 위에 밑그림대로 덧칠하는 것도 만만히 보면 안 된다는 것.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바뀌어야 하는 건 맞다. 예전부터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는 지금 Best Performance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해진 사회구조 속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게 이 책의 핵심 발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쉽게 말해 20년을 잃어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근간 기술이 축적되길 바란다면, 근간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근간 기술을 연구하고, 획득하고, Scale-up하는 동안 적절한 경제적 지원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근간 기술을 몇 년동안 묵히고 축적하는 과정은 외롭고 힘들고 고단하다. 더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면, 굳이 가고 싶지 않은 그런 길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기업들이 근간 기술이 없이도 "너무나" 잘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습득하고, 납기를 철저히 지키고, 때로는 스스로 적당한 기술적 진보를 이뤄가면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다. 외롭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상대적 박탈감으로 내몰고 더 외롭게 만든다.
(근간기술 없이는 잘 하지 못 하는 분야가 기계분야라고 생각된다. 기계는 신뢰성을 오랜 시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지름길이 없다. 물리의 영역이고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 지름길로 달려온 우리나라에서 기계 장인이 되기에는 너무 고독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계업체가 별로 없다. 특히 기계 설비, 부품업체가 없다.)
밑그림 위에 덧칠을 기가 막히게 해서 어떻게든 뛰어난 미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자가 있다면, 밑그림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지금 개념설계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는, 아주 어려운 얘기다. Legacy를 갑자기 버리라는 것이다. 동남아 베트남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덧칠 장인'을 다 감옥에 보낼 것인가? 그러면 20년을 잃어버리자는 얘기가 된다. 밑그림 장인을 키우고, 그 다음 착실히 다시 덧그림 장인을 키우자. 순차적으로 가자 머 그런 얘기를 해야한다. 불가능하다.
4. 내가 받아들이는 Radical한 방식의 재벌 해체는 덧칠 장인을 다 감옥에 보내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대기업들의 돈버는 방식이 깨끗하지 못 했다. 지금도 대기업의 기술약탈을 두려워하는 중소기업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사회적 문제로서의 재벌-중소기업 문제는 충분히 이해한다. 재벌들의 자성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돈 벌지 마라 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번돈으로 사회에 환원하라. 니네 마음대로 말고 정해진 방식으로. 이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좋은 해법은 아마도, 재벌들에게 삥을 뜯어서 밑그림 장인을 키우는 것이다. Funding Structure만 잘 짜놔도 지금보다는 개념설계가 훨씬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의 돈이라서 쉽게 얘기하는 거 맞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정도 사회적 요구는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5.우리나라의 R&D는 너무 단기적인 성과,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의식이다. 국가 연구과제인데 성공률이 90%란다. 다 되어있는 기술에 이름만 붙여서 R&D라고 한다. 교수들의 논문 개수를 본다던지, 언제까지 성과를 내고 결과물을 보이라던지 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렇게 됐을까? 일단 첫번째는 우리나라에 사기꾼이 너무 많다. 통계적으로 금융사범, 사기가 전세계 1,2위다. 아마 그냥 생각해보기로는 경제사적으로 고속성장하면서 남 등쳐먹으면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기도 하고, 사기꾼이나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일수도 있다. 민족적 특성? 그런건 잘 모르겠다.
경제학의 제1원칙은, 수요공급에 앞서서 Budget Constraint다. 돈이 무한하지 않으니 잘 쓰란 얘기다. 우리나라는 돈을 잘 써야만 한다. 결과물이 따르지 않는 R&D를 기다려줄 여유가 아쉽게 도 없다.
R&D 한답시고 서류 한장 만들어서 돈 타먹고 배째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뭐라도 보여줄 수 있는 사람한테 경제적 지원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정말 슬프게도, 진정한 창의나 혁신은 결과를 요구하지 않을 때에 나온다. 그래서 딜레마다.
반면 돈이 무한해보이는 국가가 둘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에는 아무리 많은 사기꾼이 있어도, 몇명의 천재를 성공시키기 위해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 그 결과물이 BAT였을 것이고, BYD, 오포 비보, 화웨이, 샤오미 등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R&D 성공의 기댓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효율적인 구조라다고 생각된다. 돈을 준 사람이 결과물을 독촉하지 않아도 '기업가 정신'으로 굴러간다. 국가의 인센티브 구조가 R&D의 성공과 창의성 발현이라는 방식으로 제대로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에는 정말 큰 부를 이루는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많았다. 미국은 부자를 동경하고, 부자들 역시 기부 등으로 사회에 환원하여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현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자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미국과 다르다. R&D 성공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 구조가 잘 짜여져있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부자를 부러워할지는 몰라도, 동경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네놈이나 나나 똑같이 흙밥먹던 똑같은 사람인데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돈버는 과정이 깨끗하지 못 했다는 걸 다 같이 지켜보고 성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부자를 신뢰하고, 부자됨을 축하해주는 풍토가 아니다. 위엣놈을 끌어내려서 평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6. 정말 슬프게도, 성공적으로 '축적의 시간'을 가져왔던 기업의 예시로 나온 것이 LG화학 배터리 사업이다. 난 LG화학 배터리는 개념설계가 아니라 덧칠(모듈) 비지니스로 생각하고 있으며, 전기차 업체들에 종속되어 궁극적으로 돈을 못 버는 비지니스라고 생각한다. LG화학 배터리가 없으면 전기차업체들이 차를 만드는 게 불가능할까? 아니다. '조금더 싸게' 만들지 못 할 뿐이며, '조금더 싼' 전기차를 위해 LG화학은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아직도 Scale-up하는 과정일까?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LG가 돈을 벌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LG화학이 계속 돈을 못 벌 가격에 공급해야 만 전기차가 확산된다. 최초의 산업 ROIC를 잘못 구했기 때문에 지금은 매몰비용의 오류를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7. 다큐 중에 조선업이 나온다. "우리 조선업은 비싼 수업료를 치르는 과정에 있다" 난 그러나 저 코멘트에 반대한다. 우리나라 조선사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도 있지만, 밑그림을 보지도 않고 짓겠다고 덤벼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밑그림을 직접 그리는 능력이 있어야만 밑그림이 맞는지 틀린지 알아볼 수 있는건 아니다.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에서 Lesson Learned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논의가 분분하다. 이것은 다음 수업이 있기 전에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 있었기를 바란다. 살아남는다면.
해양플랜트의 발주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IOC (International Oil Company) 와 NOC (National Oil Company).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아니다. NOC가 없다.
NOC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각오하고 자국 업체들에게 발주를 줄 수 있다. 레퍼런스를 쌓을 기회를 갖는 것이다. 중국에는 NOC가 있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걱정하는 것이 중국과의 경쟁이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 큰 위험요소이다.
그러나 IOC들은 유전 하나 잘못되면 회사가 휘청하기 때문에 수십년간 안정성이 검증된 업체를 쓴다. 우리나라업체들이 수조원의 적자를 보긴 했지만 어쨌든 납품을 했고, 이는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8. 선진국이 괜히 선진국이 아니다. 앞에 나가있을 뿐 아니라,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후발주자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다.
'레퍼런스를 가져와라' = 경험 없으면 판에 끼워주지도 않겠다. 마치 신입 채용하는 데 경력사항 적는 우리나라 풍토랑 똑같다. 그것 자체가 진입 장벽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가장 거대한 사다리 걷어차기는 '윤리'다. 환경 윤리, 생명 윤리, 인권, 안전.
'지구에 사는 인류 공동체로서 환경을 보호해야지'. 석탄 쓰지 마라. 저감장치 달아라. 중국 때문에 환경이 실제로 나빠지는 것과 별개로, 개발도상국들의 비용을 높여서 개발을 더디게 하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영국은 무식하게 석탄을 때려박아가며 최초의 산업을 일궜다.
인권을 강조하며 인건비를 높인다. 노예를 쓰던 미국과, 아동노동 문제가 심각했던 유럽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생명 윤리. 인간의 난자를 쓰지 맙시다! 줄기 세포는 위험합니다! 전쟁 시기에 살아있는 인간을 마루타 삼아 의학기술을 축적한 전범국가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의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진보하기 때문에, 과거에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지금도 발생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윤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 경제논리를 따지기 궁색해진다. 그만큼 경제적 격차를 확대하기 좋은 무기이다.
9. 이것을 싸그리 무시하고 마음대로 한 게 아이러니하게도 공자의 나라 중국이다.
중국의 목숨값은 싸다. 자신들의 기술로 철도와 기차를 짓고, 사고로 사람 수십 수백명이 사망하는 과정을 겪어가며 철도 기술을 축적했다. 그들은 지금 세계수준의 고속철을 만든다.
환경문제를 다 무시하고 굴뚝산업들을 지배해버렸다. 이제야 조금씩 신경쓰지만, 이미 제조업을 재패해버린 상황이다.
생명 윤리 역시 미흡하다. 중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윤리와 도덕률의 잣대를 치워버리고, 중국은 자본주의적 성장에 집중했고 성공하고 있다. 물론 중국 역시 여기서 더 나아가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윤리의 세계에 들어와야 한다. 이제는 같은 게임의 룰로 임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 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10. 중국이 접근하는 축적의 방식은 공간적, 수평적 축적이다. 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이런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밝게 보며, 중국이 단기,중기적으로는 대만과 같은 반도체 산업을 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평적 축적이 가능하려면 1) 기술의 발전이 빠르지 않아야 하고 2) 기술들 간의 연속성이 적어야 한다.
100층짜리 건물 100개를 동시에 100가지 방식으로 지어보면 가장 적합한 방식 한 두가지를 찾을 수 있다. 다음에 100층짜리 건물을 쌓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다.
그러나 반도체는 이런 게임이 아니다. 말하자면 한번에 150층, 200층을 쌓는 게임이 아니라, 100층짜리 건물 위에 2년마다 50층씩 쌓아나가는 게임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30나노를 해보지도 않고 25나노 20나노를 할 수는 없다. 24단을 연구하지 않고 48단 64단을 할 수는 없다. 상용화된 기술로 내놓지 않더라도 최소한 연구실에서는 연속적인 기술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그 단계단계에서의 Breakthrough가 필요한데, 반도체 개발은 은근 아날로그적인 부분이 많아서, Trial & Error 방식으로 최적값을 찾는 경우가 많다. 왜 삼성이 잘할까?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공대생들이 매일 날밤을 까며 Trial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모리 업체 Micron은 몇년 전부터 생산을 예상만큼 원활히 하지 못 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FAB(공장)이 여러 국가에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공장에서의 기술적 해법이 대만과 일본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 반도체 업계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한다.
같은 공장 1층에서 되던 게 2층에서 안 된다고.
그만큼 미세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공간적 축적, 수평적 축적은 쉽지 않다. 조건이 다르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수직적 축적의 산업이다.
굳이 서평을 쓰고자 함이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느낌만 말하면,
책 자체는 같은 주제를 26명이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가지고 병렬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의 핵심을 보기에는 두시간짜리 다큐가 더 편했다. (물론 디테일은 책이 훨씬 풍부하다)
핵심은 이렇다.
우리나라는 개념 설계, 밑그림 그리는 작업을 하지 않았고, 못 한다. 흔히 말하는 EPC에서 C만 하고 E를 안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밑그림 그리는 작업은 모두 선진국의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독점한다. 유럽과 미국에 있는 업체들은 역사가 100년이 넘었으며, 그 축적된 노하우를 발전시켜 가며 자신들의 독창적인 영역을 열었다. 때로는 그들이 글로벌 표준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어짜피 그들밖에 못 하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제발로 찾아오고, 높은 기술력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들이 그려준 설계도 그대로 만드는 일만 반복한다. 그 설계도가 내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이 축적되지 않는다.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정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건 잘한다. 그러나 조금만 바뀌어도 당황한다.
축적은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선진국들은 오랜 역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수직적 축적(시간적 축적) 을 이루어왔다.
중국의 방식은 다르다. 중국은 이미 많이 늦었기 때문에 넓은 땅과 인구를 바탕으로 수평적 축적(공간적 축적)을 시도하고 있다.
책과 별개로, 다큐는 이정동 교수가 Publy팀 앞에서 강의하고 Q&A 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자기 손으로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한 아프리카의 캄쾀바 이야기. 그는 TED를 통해 유명인사가 되었고 책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이것이 어찌보면 서양이 바라보는 아프리카에 대한 시선일 수도 있다. 와 아무것도 없는데 대단하네!
그러나 이정동 교수의 물음은 이것이다. 그의 불굴의 의지는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만들어낸 물건이 왜 우주선이나 전기차나 아이폰이 아니고 고작 허접한 풍력 발전기인가? 주변에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는 고수들이 우글대며, 각자가 실패를 경험삼아 성장하고 협업하는 곳이다. 천재는 왜 선진국에서만 나오는가? 후진국-중진국의 기업가정신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다. 잘 살고자하는 멸망, 성공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후진국의 기업가들이 더 강하다. 인프라 부족, 축적의 부족이 문제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93eOLjr3NM
재밌는 멘트가 있다.
공장이 가면, 혁신이 따라간다.
리쇼어링은 물론 고용 때문도 있지만, 제조업에서 축적되는 혁신을 다시 본국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동의한다. 사실 고용과 혁신은 별개가 아니다. 기술이 사람에 체화되고, 구전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하우다.
뛰어난 아이디어 하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정동 교수는 no라고 말한다. 이걸 산업에 써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Scale-up 해야한다. 수년씩 걸리는 이 과정을 참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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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이 회사 내에 축적되는 과정을 보면 메가스터디의 몰락 과정이 떠오른다. 반대의 경우로서 말이다. 기술은 기술자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체화'된다. 많은 기술자들의 체화된 경험이 회사에 데이터베이스로 쌓인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고 대를 거쳐 구전되다보면, 회사는 어느 순간 과거와 다른 새로운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기술자들의 경험이 회사의 자산으로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가 기술자들에게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된다.
메가스터디는 반대의 과정으로 몰락했다. 창업자 손주은의 명성으로 학생과 강사를 모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온라인 강의 시장을 개척했다. 그러나 메가스터디가 성공할 수록, 학생들의 로열티는 회사가 아닌 강사 개인에게 돌아갔다. 어느 수준을 넘어선 강사는 회사를 상대로 네고 파워를 갖게 된다. 어느 순간 메가스터디는 적자를 볼만큼 돈을 주면서 스타 강사를 붙잡아 놓든지, 떠나보내든지 하는 최악의 선택지만 남겨놓게 된다. 스타강사들은 제2, 제3의 손주은이 되어 자신들의 학원을 차린다. 그렇게 메가스터디는 힘을 잃었다.
2. 책이나 다큐를 다 보고 나면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20년 전부터 이야기되던 Nut Cracker를 좀더 면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제조업을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자. 우리나라는 왜 20년동안 망하지 않았고, 다른 후진국들이 (중국 제외) 따라오지 못 했는가?
정해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일조차 못 하는 국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1) 적당한 기술력과 2) 낮은 불량률 3) 납기준수 를 무기로 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고, 꽤 높은 이익률로 잘 살아남아있는 제조업체들이 많다.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밑그림을 그리는 일 뿐 아니라, 위에 밑그림대로 덧칠하는 것도 만만히 보면 안 된다는 것.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바뀌어야 하는 건 맞다. 예전부터 이야기했듯이, 우리나라는 지금 Best Performance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해진 사회구조 속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게 이 책의 핵심 발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쉽게 말해 20년을 잃어버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근간 기술이 축적되길 바란다면, 근간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근간 기술을 연구하고, 획득하고, Scale-up하는 동안 적절한 경제적 지원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근간 기술을 몇 년동안 묵히고 축적하는 과정은 외롭고 힘들고 고단하다. 더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면, 굳이 가고 싶지 않은 그런 길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딜레마에 봉착한다. 기업들이 근간 기술이 없이도 "너무나" 잘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습득하고, 납기를 철저히 지키고, 때로는 스스로 적당한 기술적 진보를 이뤄가면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고 있다. 외롭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상대적 박탈감으로 내몰고 더 외롭게 만든다.
(근간기술 없이는 잘 하지 못 하는 분야가 기계분야라고 생각된다. 기계는 신뢰성을 오랜 시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지름길이 없다. 물리의 영역이고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 지름길로 달려온 우리나라에서 기계 장인이 되기에는 너무 고독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계업체가 별로 없다. 특히 기계 설비, 부품업체가 없다.)
밑그림 위에 덧칠을 기가 막히게 해서 어떻게든 뛰어난 미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자가 있다면, 밑그림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지금 개념설계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는, 아주 어려운 얘기다. Legacy를 갑자기 버리라는 것이다. 동남아 베트남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덧칠 장인'을 다 감옥에 보낼 것인가? 그러면 20년을 잃어버리자는 얘기가 된다. 밑그림 장인을 키우고, 그 다음 착실히 다시 덧그림 장인을 키우자. 순차적으로 가자 머 그런 얘기를 해야한다. 불가능하다.
4. 내가 받아들이는 Radical한 방식의 재벌 해체는 덧칠 장인을 다 감옥에 보내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대기업들의 돈버는 방식이 깨끗하지 못 했다. 지금도 대기업의 기술약탈을 두려워하는 중소기업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사회적 문제로서의 재벌-중소기업 문제는 충분히 이해한다. 재벌들의 자성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돈 벌지 마라 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번돈으로 사회에 환원하라. 니네 마음대로 말고 정해진 방식으로. 이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가장 좋은 해법은 아마도, 재벌들에게 삥을 뜯어서 밑그림 장인을 키우는 것이다. Funding Structure만 잘 짜놔도 지금보다는 개념설계가 훨씬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의 돈이라서 쉽게 얘기하는 거 맞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 정도 사회적 요구는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5.우리나라의 R&D는 너무 단기적인 성과,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의식이다. 국가 연구과제인데 성공률이 90%란다. 다 되어있는 기술에 이름만 붙여서 R&D라고 한다. 교수들의 논문 개수를 본다던지, 언제까지 성과를 내고 결과물을 보이라던지 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렇게 됐을까? 일단 첫번째는 우리나라에 사기꾼이 너무 많다. 통계적으로 금융사범, 사기가 전세계 1,2위다. 아마 그냥 생각해보기로는 경제사적으로 고속성장하면서 남 등쳐먹으면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기도 하고, 사기꾼이나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일수도 있다. 민족적 특성? 그런건 잘 모르겠다.
경제학의 제1원칙은, 수요공급에 앞서서 Budget Constraint다. 돈이 무한하지 않으니 잘 쓰란 얘기다. 우리나라는 돈을 잘 써야만 한다. 결과물이 따르지 않는 R&D를 기다려줄 여유가 아쉽게 도 없다.
R&D 한답시고 서류 한장 만들어서 돈 타먹고 배째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뭐라도 보여줄 수 있는 사람한테 경제적 지원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정말 슬프게도, 진정한 창의나 혁신은 결과를 요구하지 않을 때에 나온다. 그래서 딜레마다.
반면 돈이 무한해보이는 국가가 둘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에는 아무리 많은 사기꾼이 있어도, 몇명의 천재를 성공시키기 위해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 그 결과물이 BAT였을 것이고, BYD, 오포 비보, 화웨이, 샤오미 등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R&D 성공의 기댓값이 상대적으로 높고 효율적인 구조라다고 생각된다. 돈을 준 사람이 결과물을 독촉하지 않아도 '기업가 정신'으로 굴러간다. 국가의 인센티브 구조가 R&D의 성공과 창의성 발현이라는 방식으로 제대로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에는 정말 큰 부를 이루는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많았다. 미국은 부자를 동경하고, 부자들 역시 기부 등으로 사회에 환원하여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현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자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미국과 다르다. R&D 성공에 대한 사회적 인센티브 구조가 잘 짜여져있다고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부자를 부러워할지는 몰라도, 동경하거나 존경하지 않는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네놈이나 나나 똑같이 흙밥먹던 똑같은 사람인데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돈버는 과정이 깨끗하지 못 했다는 걸 다 같이 지켜보고 성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부자를 신뢰하고, 부자됨을 축하해주는 풍토가 아니다. 위엣놈을 끌어내려서 평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6. 정말 슬프게도, 성공적으로 '축적의 시간'을 가져왔던 기업의 예시로 나온 것이 LG화학 배터리 사업이다. 난 LG화학 배터리는 개념설계가 아니라 덧칠(모듈) 비지니스로 생각하고 있으며, 전기차 업체들에 종속되어 궁극적으로 돈을 못 버는 비지니스라고 생각한다. LG화학 배터리가 없으면 전기차업체들이 차를 만드는 게 불가능할까? 아니다. '조금더 싸게' 만들지 못 할 뿐이며, '조금더 싼' 전기차를 위해 LG화학은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아직도 Scale-up하는 과정일까?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LG가 돈을 벌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LG화학이 계속 돈을 못 벌 가격에 공급해야 만 전기차가 확산된다. 최초의 산업 ROIC를 잘못 구했기 때문에 지금은 매몰비용의 오류를 겪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7. 다큐 중에 조선업이 나온다. "우리 조선업은 비싼 수업료를 치르는 과정에 있다" 난 그러나 저 코멘트에 반대한다. 우리나라 조선사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도 있지만, 밑그림을 보지도 않고 짓겠다고 덤벼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밑그림을 직접 그리는 능력이 있어야만 밑그림이 맞는지 틀린지 알아볼 수 있는건 아니다.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에서 Lesson Learned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논의가 분분하다. 이것은 다음 수업이 있기 전에는 검증할 방법이 없다. 있었기를 바란다. 살아남는다면.
해양플랜트의 발주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IOC (International Oil Company) 와 NOC (National Oil Company).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아니다. NOC가 없다.
NOC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각오하고 자국 업체들에게 발주를 줄 수 있다. 레퍼런스를 쌓을 기회를 갖는 것이다. 중국에는 NOC가 있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걱정하는 것이 중국과의 경쟁이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 큰 위험요소이다.
그러나 IOC들은 유전 하나 잘못되면 회사가 휘청하기 때문에 수십년간 안정성이 검증된 업체를 쓴다. 우리나라업체들이 수조원의 적자를 보긴 했지만 어쨌든 납품을 했고, 이는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8. 선진국이 괜히 선진국이 아니다. 앞에 나가있을 뿐 아니라,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후발주자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다.
'레퍼런스를 가져와라' = 경험 없으면 판에 끼워주지도 않겠다. 마치 신입 채용하는 데 경력사항 적는 우리나라 풍토랑 똑같다. 그것 자체가 진입 장벽이다.
내가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가장 거대한 사다리 걷어차기는 '윤리'다. 환경 윤리, 생명 윤리, 인권, 안전.
'지구에 사는 인류 공동체로서 환경을 보호해야지'. 석탄 쓰지 마라. 저감장치 달아라. 중국 때문에 환경이 실제로 나빠지는 것과 별개로, 개발도상국들의 비용을 높여서 개발을 더디게 하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영국은 무식하게 석탄을 때려박아가며 최초의 산업을 일궜다.
인권을 강조하며 인건비를 높인다. 노예를 쓰던 미국과, 아동노동 문제가 심각했던 유럽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생명 윤리. 인간의 난자를 쓰지 맙시다! 줄기 세포는 위험합니다! 전쟁 시기에 살아있는 인간을 마루타 삼아 의학기술을 축적한 전범국가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인간의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진보하기 때문에, 과거에 그런 일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지금도 발생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윤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 경제논리를 따지기 궁색해진다. 그만큼 경제적 격차를 확대하기 좋은 무기이다.
9. 이것을 싸그리 무시하고 마음대로 한 게 아이러니하게도 공자의 나라 중국이다.
중국의 목숨값은 싸다. 자신들의 기술로 철도와 기차를 짓고, 사고로 사람 수십 수백명이 사망하는 과정을 겪어가며 철도 기술을 축적했다. 그들은 지금 세계수준의 고속철을 만든다.
환경문제를 다 무시하고 굴뚝산업들을 지배해버렸다. 이제야 조금씩 신경쓰지만, 이미 제조업을 재패해버린 상황이다.
생명 윤리 역시 미흡하다. 중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윤리와 도덕률의 잣대를 치워버리고, 중국은 자본주의적 성장에 집중했고 성공하고 있다. 물론 중국 역시 여기서 더 나아가고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면 윤리의 세계에 들어와야 한다. 이제는 같은 게임의 룰로 임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 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10. 중국이 접근하는 축적의 방식은 공간적, 수평적 축적이다. 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이런 방식이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밝게 보며, 중국이 단기,중기적으로는 대만과 같은 반도체 산업을 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평적 축적이 가능하려면 1) 기술의 발전이 빠르지 않아야 하고 2) 기술들 간의 연속성이 적어야 한다.
100층짜리 건물 100개를 동시에 100가지 방식으로 지어보면 가장 적합한 방식 한 두가지를 찾을 수 있다. 다음에 100층짜리 건물을 쌓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다.
그러나 반도체는 이런 게임이 아니다. 말하자면 한번에 150층, 200층을 쌓는 게임이 아니라, 100층짜리 건물 위에 2년마다 50층씩 쌓아나가는 게임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30나노를 해보지도 않고 25나노 20나노를 할 수는 없다. 24단을 연구하지 않고 48단 64단을 할 수는 없다. 상용화된 기술로 내놓지 않더라도 최소한 연구실에서는 연속적인 기술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그 단계단계에서의 Breakthrough가 필요한데, 반도체 개발은 은근 아날로그적인 부분이 많아서, Trial & Error 방식으로 최적값을 찾는 경우가 많다. 왜 삼성이 잘할까?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공대생들이 매일 날밤을 까며 Trial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메모리 업체 Micron은 몇년 전부터 생산을 예상만큼 원활히 하지 못 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FAB(공장)이 여러 국가에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공장에서의 기술적 해법이 대만과 일본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 반도체 업계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한다.
같은 공장 1층에서 되던 게 2층에서 안 된다고.
그만큼 미세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공간적 축적, 수평적 축적은 쉽지 않다. 조건이 다르면 처음부터 시작하는, 수직적 축적의 산업이다.
2017년 4월 8일 토요일
잃어버릴 20년: 선진화, 인문적 시선.
부산 출장 중에,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EBS 통찰 에서 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의 코멘트
(이 방송은 찾아보니 작년 여름쯤 방송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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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지금 건국의 세대, 산업화의 세대, 민주화의 세대가 혼재되어 있다.
그들은 각자, 그들이 성공했던 경험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각 시대의 리더들은, 각 시대의 방식으로 미래의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은 건국도 아니고, 산업화도 아니고, 민주화도 아닌 '선진화'다. 우리는 선진화 시대에 맞는 리더를 가져야 하지만, 그런 리더가 부재하다.
우리는 건국,산업화,민주화에 이어 선진화로 나아가지 못 하고 벽 앞에 서서 세 시대가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
Q&A시간에 Host인 김대식 교수가 묻는다.
우리가 50년동안 너무 빠르게 성장하다보니, 국민들이 그냥 피곤한거 아닐까?
선진화가 너무 난이도가 높아서 못 한다기보다는, 그냥 20년 정도 쉬어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러면 어느 한순간 인문학적 레벨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문인지, 20년이란 숫자는 왠지 모르게 상징적이다. 일반적으로 한 세대의 기준은 30년에 가까운데 말이다)
최진석이 답한다.
게임을 밤새서 하는 아들들을 보면, 피곤하다고 못 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빛을 발견하고 사명을 발견하면 피곤이 덜 할 것이다.
선진화라는 문제도 어렵고 피곤도 하겠지만, 그것에 대한 목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에게는 선진화되려는 목표의식이 없을까?
나라에는 부와 혜택이 쌓였지만, 불평등한 분배 때문에
이 게임은 내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 아닐까?
불평등한 분배는 시선이 현재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시선이 미래로 향한다면 지금의 불평등, 지금의 조건이 갖는 의미는 희석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부자와 국민은 있지만, 자본가와 시민은 없다."
자본가와 시민은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가야겠다는 독립적, 주도적, 능동적 주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lm18oOB18Y&t=112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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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촛불 시민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시민'의식은 올라온 듯 하다. 그러나 시민의식이 여기서 멈추어선 안 된다.
산업화의 리더(의 딸)을 끌어내린 것에 그치지 않고, 선진화의 리더에 누가 더 가까운가를 논쟁하고 선택하는 일까지 나아가야 한다.
나는 문재인이 현재까지 내놓은 경제정책을 보면 그가 민주화의 리더이고, 선진화의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민주화의 리더임을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본가의 측면을 보자.
자본가는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생존에 급급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자본가적 기질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빛나는 Initiative만으로도 Funding을 받고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 하다.
그런 측면에서 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군은 둘 밖에 없다. 글로벌 리더기업인 삼성전자. 내수 리더기업인 SK (SK의 근간은 SKT의 현금흐름이다)
내 기준으로 현대차는 생존이 급하고, LG는 이니셔티브가 발휘될 수 없는 의사결정 구조가 굳어졌다. (LG의 주주명부를 살펴보라. 너무나 많은 구씨가 LG의 배당금을 필요로 한다. 이 구조를 좋은 말로 人和의 LG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자본가적 기질에 대해 논하기엔 내 내공이 부족하다. 자본가인지 아닌지, 자본가적 기질이 어떻게 발현되어야 맞는지.
삼성전자가 눈 딱 감고 2조원을 산업 생태계 조성에 써준다면 어떨까? 머 이런 상상
(맞다. 남의 돈이라고 쉽게 말하는 것 맞다. 그러나 삼성전자에게 2조원은 쓸 수 있는 돈이다.
산업 생태계 조성은 장기적으로 그들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을까)
...
사실 최진석 교수와 김대식 교수의 조합은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인가, '생각의 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부터 그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 당시 받은 느낌의 핵심은 이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려면 철저히 고립되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질문하는 사람이다. 대답할 때의 나는, 기존지식의 통로로만 존재한
다. 반면 질문은, 나의 인생경험에서 나온, 오로지 나만의 고유한 것이다.
'공부'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 말라. 배웠다는 것에 만족하지 말라. 사고하라
동의한다. 그래서 주식에 대해서도, 결국 인문학적 레벨에 도달하는 순간 '대가의 가르침' '밸류에이션 방법론' 따위를 배우는 것은 무의미 해진다.
이미 뇌의 물리적 변화가 끝난 시점에서,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배운다'? 지향점으로 삼을 순 있겠지만 바뀌긴 너무 어렵다. 사실 나는 바꾸고 싶은 의지도 없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의 경험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것을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문대생을 뽑아서 주식을 시켜보자는 실험을 했던 회사가 생각난다.
인문학을 배운답시고 논어와 공자를 원문으로 읽고 있다던 사람이 보여준 그 얕은 깊이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인문학적 레벨'에 도달하는 것과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를 헷갈리는 그 수준.
인문학적 레벨에 도달하는 것은 선진화의 단계라면,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후진국-중진국에서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다.
인문학을 배우라는 게 아니라, 주식의 인문적 레벨에 도달할 수 있게 끝까지 가보라고 하는 게 포인트여야 한다. 그 방식은 1) 비합리적 간섭을 하지 않거나 2) 좋은 인센티브 구조로 개인의 동력을 유발하는 것이 되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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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앞으로 나아감과 관련해서또다른 통찰을 주는 책이 '축적의 시간'이다. 다소 암울한 결론으로 귀결되지만.. 이와 관련된 글은 다음 기회에.
(이 방송은 찾아보니 작년 여름쯤 방송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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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지금 건국의 세대, 산업화의 세대, 민주화의 세대가 혼재되어 있다.
그들은 각자, 그들이 성공했던 경험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각 시대의 리더들은, 각 시대의 방식으로 미래의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은 건국도 아니고, 산업화도 아니고, 민주화도 아닌 '선진화'다. 우리는 선진화 시대에 맞는 리더를 가져야 하지만, 그런 리더가 부재하다.
우리는 건국,산업화,민주화에 이어 선진화로 나아가지 못 하고 벽 앞에 서서 세 시대가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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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시간에 Host인 김대식 교수가 묻는다.
우리가 50년동안 너무 빠르게 성장하다보니, 국민들이 그냥 피곤한거 아닐까?
선진화가 너무 난이도가 높아서 못 한다기보다는, 그냥 20년 정도 쉬어주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러면 어느 한순간 인문학적 레벨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때문인지, 20년이란 숫자는 왠지 모르게 상징적이다. 일반적으로 한 세대의 기준은 30년에 가까운데 말이다)
최진석이 답한다.
게임을 밤새서 하는 아들들을 보면, 피곤하다고 못 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빛을 발견하고 사명을 발견하면 피곤이 덜 할 것이다.
선진화라는 문제도 어렵고 피곤도 하겠지만, 그것에 대한 목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왜 우리에게는 선진화되려는 목표의식이 없을까?
나라에는 부와 혜택이 쌓였지만, 불평등한 분배 때문에
이 게임은 내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 아닐까?
불평등한 분배는 시선이 현재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시선이 미래로 향한다면 지금의 불평등, 지금의 조건이 갖는 의미는 희석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부자와 국민은 있지만, 자본가와 시민은 없다."
자본가와 시민은 미래를 어떻게 바꿔나가야겠다는 독립적, 주도적, 능동적 주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lm18oOB18Y&t=112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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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촛불 시민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시민'의식은 올라온 듯 하다. 그러나 시민의식이 여기서 멈추어선 안 된다.
산업화의 리더(의 딸)을 끌어내린 것에 그치지 않고, 선진화의 리더에 누가 더 가까운가를 논쟁하고 선택하는 일까지 나아가야 한다.
나는 문재인이 현재까지 내놓은 경제정책을 보면 그가 민주화의 리더이고, 선진화의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민주화의 리더임을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자본가의 측면을 보자.
자본가는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생존에 급급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자본가적 기질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빛나는 Initiative만으로도 Funding을 받고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러지 못 하다.
그런 측면에서 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본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군은 둘 밖에 없다. 글로벌 리더기업인 삼성전자. 내수 리더기업인 SK (SK의 근간은 SKT의 현금흐름이다)
내 기준으로 현대차는 생존이 급하고, LG는 이니셔티브가 발휘될 수 없는 의사결정 구조가 굳어졌다. (LG의 주주명부를 살펴보라. 너무나 많은 구씨가 LG의 배당금을 필요로 한다. 이 구조를 좋은 말로 人和의 LG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자본가적 기질에 대해 논하기엔 내 내공이 부족하다. 자본가인지 아닌지, 자본가적 기질이 어떻게 발현되어야 맞는지.
삼성전자가 눈 딱 감고 2조원을 산업 생태계 조성에 써준다면 어떨까? 머 이런 상상
(맞다. 남의 돈이라고 쉽게 말하는 것 맞다. 그러나 삼성전자에게 2조원은 쓸 수 있는 돈이다.
산업 생태계 조성은 장기적으로 그들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을까)
...
사실 최진석 교수와 김대식 교수의 조합은 처음이 아니다. 2년 전인가, '생각의 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부터 그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 당시 받은 느낌의 핵심은 이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려면 철저히 고립되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질문하는 사람이다. 대답할 때의 나는, 기존지식의 통로로만 존재한
다. 반면 질문은, 나의 인생경험에서 나온, 오로지 나만의 고유한 것이다.
'공부'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지 말라. 배웠다는 것에 만족하지 말라. 사고하라
동의한다. 그래서 주식에 대해서도, 결국 인문학적 레벨에 도달하는 순간 '대가의 가르침' '밸류에이션 방법론' 따위를 배우는 것은 무의미 해진다.
이미 뇌의 물리적 변화가 끝난 시점에서,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배운다'? 지향점으로 삼을 순 있겠지만 바뀌긴 너무 어렵다. 사실 나는 바꾸고 싶은 의지도 없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결국 내 삶의 경험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것을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문대생을 뽑아서 주식을 시켜보자는 실험을 했던 회사가 생각난다.
인문학을 배운답시고 논어와 공자를 원문으로 읽고 있다던 사람이 보여준 그 얕은 깊이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인문학적 레벨'에 도달하는 것과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를 헷갈리는 그 수준.
인문학적 레벨에 도달하는 것은 선진화의 단계라면,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후진국-중진국에서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다.
인문학을 배우라는 게 아니라, 주식의 인문적 레벨에 도달할 수 있게 끝까지 가보라고 하는 게 포인트여야 한다. 그 방식은 1) 비합리적 간섭을 하지 않거나 2) 좋은 인센티브 구조로 개인의 동력을 유발하는 것이 되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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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앞으로 나아감과 관련해서또다른 통찰을 주는 책이 '축적의 시간'이다. 다소 암울한 결론으로 귀결되지만.. 이와 관련된 글은 다음 기회에.
2017년 3월 25일 토요일
Legacy Cost
주식시장에서 Legacy Cost라는 단어는 흥미롭다.
2년 전에 Legacy cost를 직접 언급한 기업은 삼성전자.
2년 전에 저장해둔 글
유독 주식 시장에서만 통용되는 잘못된 단어(ex. 기고효과) 나 잘못쓰이는 단어들 중 하나가 legacy cost라고 생각하는데, 사전적인 의미로는 '유산비용' - 회사가 퇴직자와 그 가족을 위해 부담하는 보험과 연금비용.
주식시장에서의 의미: 과거부터 영위해오던 사업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 혹은 부담.
2년 전에 Legacy cost를 직접 언급한 기업은 삼성전자.
2년 전에 저장해둔 글
1) S전자가 온라인 판매를 본격화하지 못 하는 이유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망이 너무 heavy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비중이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하락하기 전에는 S전자가 샤오미처럼 온라인에서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렵다. (샤오미에 대한 가치판단은 논외로 하자.)
2)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비지니스를 본격화하지 못 하는 이유는, 리니지1의 유저층과 매출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NC는 리니지1 IP로 모바일 게임을 만들 때, 게임성과 흥행성 뿐 아니라, 기존PC버젼에 대한 구축효과가 없도록 해야한다. 모바일이 너무 흥행해버리면, 혹은 모바일과 리니지1을 연동시켜버리고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면 모바일 리니지는 오히려 회사에 해를 끼치는 게임이 되어버린다.
지인은 엔씨의 이러한 현상을, 기존 제조업에서만 쓰일 법한 Legacy Cost라는 용어로 풀이했다. 한계비용이 없는 최첨단 비지니스에서도 기존의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다.
3) 국가적으로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은 Legacy Cost없이 완전히 깨끗한 상태에서 뜻을 모아 만들어나간 나라이다. 난 미국의 초강대국적 지위에 대해 1) 육로로 침략불가한 지리적 여건, 혹은 방관자적 여건 2) 막대한 자원 3) 완전히 새롭게 꾸려나간지 300년이 채 되지 않은 Fresh함 4) 새롭게 꾸릴 때 성공적인 민주주의-자본주의-개인주의 이념 정착시킨 것. 를 통해 가능했다고 간략하게 판단하는데, Legacy Cost가 없다고 표현하면 맞을 거 같다.
Legacy는 결국 언젠가는 버리고 처리하고 떨어내고 나가야할 것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legacy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기업의 현실 판단이 올바르고 냉정하다는 뜻도 된다. 우리는 쇠퇴해가는 기존 사업에 집착하다가 완전히 망해버리는 무수히 많은 기업을 목격했다. 앞으로 Legacy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하는 기업들과 그 사업군에 대해 좀더 의미있게 바라보면 재밌을거같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돌이켜 보면
1) 당시 S전자를 위협하던 샤오미는 중국 내에서도 점유율을 잃어버렸고 Oppo니 Vivo니 하는 신생업체들과 화웨이라고 하는 전통의 강자 사이에 묻혀버렸다. 물론 샤오미의 청소기나 전동휠, 선풍기 등 훌륭한 제품들이 있긴 하지만 모바일 사업에서의 샤오미는 정점을 찍고 꺾여버렸다. 반면 S전자는 노트7이 폭발하기 전까지는 성공가도를 유지했다. 노트7이 성공했다면 지루해져버린 애플을 이겨낼 수 있었을 정도였겠지만, 노트7 없이도 그럭저럭 매출을 유지했을 만큼 하이엔드 시장의 탑2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그 사이에 유통망 구조가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았다. legacy가 cost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공을 이어가는 주춧돌로 작용하고 있다.
2) 반대로 엔씨소프트는 Legacy를 지키지 못 하는 위협을 맞이하고 있다. Legacy cost로 인해 모바일 신작을 계속 딜레이 시키면서 매출을 유지해오는 전략을 취했는데, 이제는 정말 Legacy가 무너지고 있다. 아데나 가치가 폭락하고 집행검이 안 팔린다는 기사가 돌아다닌다. PC방에서의 게임시간 점유율도 줄어들었다. 거의 20년을 끌어온 리니지1의 '유산'이 무너지려는 위기 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리니지1 유저들을 데려간 것은 자사의 IP이지만 자사가 개발하지 않은 린2레볼루션이 었다. 충성고객들을 자사의 차기작으로 이어오던 엔씨의 신화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놓여있다. 리니지1이 굳건할 때의 엔씨에게 모바일 게임은 +@였지만, 리니지1이 무너진다면 엔씨에게 차기 모바일 신작 리니지M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절실한 게임이 되어간다.
3) 박근혜의 또다른 패악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키워드들을 제시한 뒤에 이를 모두 똥통에 빠뜨려 버린 데에 있다. 노동개혁과 창조경제가 그것이다. 노동개혁에 덧붙였던 키워드는 3년의 희생으로 30년의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3년의 희생을 설득할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 했기 때문에 이 나라는 30년의 각오를 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당분간 이 키워드들은 그 필요성과 절박함과는 별개로 박근혜의 유산으로 낙인찍혀 언급되지 조차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는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골든타임에 시도해 봐야 할 정책들은 수면 위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리는 80만 공무원 양병설로 사회전체의 인센티브 구조를 나락으로 빠뜨리려는 후보의 대세설을 맞이하고 있다. 그는 정책적으로는 빵점이지만, 국민들은 정책적 검증을 할 시도를 하지 않는다.
내공빛난 바른정당, 수준높은 대화의 정석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F21&newsid=01485846615866928&DCD=A00602&OutLnkChk=Y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두 후보의 수준 높은 대화는 아무런 가치도 만들지 못 한다. 이런 수준높은 대화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뤄졌어야만 했다.
민주당 경선이 마치 우리나라 양궁대표팀 선발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여기서 게임의 룰은 명확하다. 상대보다 높은 점수를 쏴야 한다. 상대선수를 쏴서 죽이는 방식은 룰을 깨는 것이다. 서로 계속 활을 쏘다가는 다른 후보가 어부지리로 부상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쉬운 승리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올바른 정책으로 후보들이 과녁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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